건강이슈

‘꿀잠의 힘’ 일찍 자면 뇌가 달라져

 청소년기의 수면 습관이 인지 능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일찍 잠자리에 들고 더 오래 자는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더 우수한 인지 능력을 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소년기 수면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와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미국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청소년 뇌 인지 발달(ABCD)’ 연구에 등록된 청소년 3222명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과 인지 능력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연구진은 참여 청소년들의 수면 패턴을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와 함께 이들이 수행한 다양한 인지 테스트 결과와 뇌 스캔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을 수면 패턴에 따라 세 가지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가장 늦게 잠들고 가장 일찍 일어나는 그룹으로 평균 수면 시간이 약 7시간 10분에 불과했다. 두 번째는 중간 수준의 수면을 취하는 그룹으로 평균 7시간 21분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그룹은 가장 일찍 잠들고 가장 오래 자는 그룹으로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 25분으로 집계됐다.

 

특이한 점은 수면 시간이 채 8시간도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 그룹 간 인지 능력과 뇌 구조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국 수면의학 아카데미는 13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들에게 하루 최소 8시간에서 최대 10시간의 수면을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청소년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지 테스트 결과를 보면 가장 오래 자고 일찍 잠드는 세 번째 그룹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은 두 번째 그룹과 첫 번째 그룹보다 더 뛰어난 주의력, 기억력, 문제 해결 능력을 보였으며, 뇌 스캔 자료에서도 뇌 부피가 가장 크고 기능적으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나타냈다. 뇌의 부피는 인지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기억력과 학습 능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또한 수면 중 측정된 심박수에서도 차이가 발견됐다. 세 번째 그룹은 다른 그룹보다 평균 심박수가 낮았는데, 이는 보다 깊은 수면 상태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깊은 수면은 뇌의 피로를 해소하고 정보를 정리하며 기억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를 주도한 관계자는 “수면 시간의 작은 차이가 장기적으로는 청소년의 뇌 발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속적인 수면 부족은 인지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콜린 에스피 교수 역시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성장기 뇌는 수면에 크게 의존한다”며 “청소년들이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는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의 수면을 단순한 생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건강의 핵심 요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학업 성취도와 별개로 인지 기능 자체가 수면의 질과 양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앞으로 청소년들의 수면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과 가정 및 학교의 교육적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