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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 휴전' 결국 실패..러·우, 서로 비난하며 전쟁 재개

러시아 정부는 휴전 연장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추가적인 명령은 없었다"며 휴전 연장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크라이나 측은 부활절 휴전 후에 러시아가 휴전을 연장할 것을 요청했으나, 실질적인 협상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도 우크라이나의 휴전 연장 요청을 환영한다고 밝혔으나, 러시아는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휴전 기간 동안 양측의 주장에 따르면, 서로 상대방이 휴전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충돌이 지속되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를 444차례 공격하고, 크림반도와 브랴스크, 쿠르스크, 벨고로드 등 접경 지역에서 드론 공격을 900번 이상 벌였다고 주장하며, 휴전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그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와 민간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고 러시아 측은 설명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더 많은 휴전 위반을 했다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오전부터 러시아의 포격이 오히려 증가했고, 자국의 진지에 대한 공격이 67차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오후 8시까지 2,000회가 넘는 러시아의 휴전 위반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21일 오전에 러시아의 휴전 약속 위반이 3,000회에 육박했다고 보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푸틴 대통령이 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거나, 종전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푸틴의 행동을 군사적 진전 없이 외부에 선전 효과를 노린 것에 불과하다고 비꼬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 제93기계화여단의 병사는 "휴전 선언은 바깥세상에 양보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전장의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이 역시 진전이 없는 노골적인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설정한 30시간의 짧은 휴전조차도 논란만 거듭하며 종료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종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종전 협상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선전 효과만을 원하며, 중재 역할을 거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 중단'까지 거론하며 불만을 표출한 상황에서, 푸틴은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휴전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또한 중재자로서의 외교적 노력이 부족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부활절 휴전 선언 이후, 그 일방적 성격에 대한 지적이 있던 바, 이후 실질적인 노력 없이 휴전 연장을 희망한다고만 언급했을 뿐, 협상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접근은 없었다. 특히 전쟁 종식보다는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을 통한 자국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의 '친 푸틴' 발언에 대해 점차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를 포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 지원을 사실상 중단하고, 정보 공유를 멈추는 등 압박을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에 대해서는 비례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며, 푸틴 대통령의 전략에 맞서 싸워야 하는 현실에 더욱 고립된 상황에 처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