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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사흘 만에 개헌 제안 접어.. "대선 후 논의하자"

우 의장이 언급한 ‘변수’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이 ‘정국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이 있다. 그는 "위헌·불법 비상계엄 단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현재로서는 제기된 우려를 충분히 수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향후 다시 한 번 각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 의장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점을 지적하며, "국회를 무시하고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개헌 논의가 쉽지 않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헌 방향이 국회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면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지난 6일 대선 전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려 했던 이유에 대해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정하는 것이 가능할 유일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 정당 간 상당한 수준으로 의견이 수렴됐고, 사회 각계와 국민 여론도 같은 흐름"이라며 4년 중임제 개헌이 자신의 소신과도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선거일이 확정된 만큼, 민주주의 회복과 헌정 질서를 위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며 "각 정당 대선 주자들이 개헌의 골자를 공약으로 제시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참여하는 공론장이 열리고 개헌 추진의 동력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왜 내 제안이 ‘내각제 개헌’으로 규정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는 합리적인 토론을 위축시키고 봉쇄하는 선동"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경청하고 존중하며 조율하고 조정하는 노력이 없이는 정치가 회복될 수 없다"며 "자유롭고 성실한 의견 제안과 진지한 토론 참여가 우리 정치와 국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의 개헌 제안 이후 민주당 친명계 정치인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추미애 의원은 "개헌 논쟁이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려 한 세력에 공간을 줄 수 있다"고 경계했고, 양문석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은 "개헌? 개나 줘라. 제발 그 입을 닥쳐라"며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정청래 의원 역시 "의장 놀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개헌 논의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 전략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 의장은 ‘여야 지도부와 공감대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프레시안 취재 결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도 확인됐다. 우 의장은 이 대표와 두 차례 만나 ‘권력구조 개편안을 포함한 개헌안을 대선 전에 확정하고 투표에 부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대표는 정대철 헌정회장 등 정치 원로들과도 개헌 논의를 해왔으며, 일정 부분 방향성을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우 의장과 개헌 논의를 했다"며 "합의까지는 아니지만 개헌 제안을 할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우 의장의 발표 전까지 최고위와 친명계 의원들에게 이를 공유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 의원들은 이를 모른 채 이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제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친명계의 입장이 이 대표의 의중과 엇갈리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러한 ‘소통 오류’는 지난 7일 민주당 사전최고위 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에게 우 의장과의 논의 내용을 설명하며 "대통령도 중간평가가 필요하니 4년 중임제로 가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은 ‘내란 종식’이라는 민주당의 대선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이 대표는 약 한 시간 후 열린 공개최고위에서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 인해 우 의장은 이 대표와 사전 조율한 개헌 제안이 친명계 인사들의 강한 반발로 좌초되며,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 그의 입장문에는 개헌 논의가 지연된 데 대한 아쉬움과 함께 억울함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