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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성' 추미애, 세계 여성의 날 맞아 '성 정체성' 존중 메시지 전해

한국 정치사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추미애 의원은 최초의 여성 판사 출신 국회의원,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6선 의원, 최초의 선출직 여성 여당 대표 등 수많은 '최초'의 역사를 써왔다. 견고한 유리천장을 깨고 정치권에서 '여성 최초'의 역사를 만들어온 그는 특유의 당당함과 강인한 결단력으로 많은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어왔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는 비록 아쉬운 고배를 마셨지만,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놓고 봐도, 추 의원은 한국 정치사에서 화려한 이력과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제19대 대선에서는 당대표이자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었고,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어 검찰개혁의 선두에 섰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징계 처분을 이끌어내며 정치적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12·3 내란 사태' 이후 민주당 윤석열내란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아 바쁘게 활동 중인 그를 3·8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만났다.
현 정국에 대해 추 의원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이 정권을 잡는 순간부터 민주주의 이후에도 전체주의가 올 수 있다는 한나 아렌트의 경고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죄상을 감추기 위해 권력을 잡는 순간부터 주권재민을 철저하게 부정했으며, 자신들이 권력의 진정한 주체라는 전체주의적인 사고를 갖고 있고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권이 국민을 권력 아래 복종시킨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미애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절 윤 대통령과의 대립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그는 지금 와서 보면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느냐며, 내란을 일으켜놓고도 입만 열면 헌법재판소 대법정에서도, 변호사를 동원해서도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사 기관을 무력화하려 하고, 헌법재판소와 서울서부지방법원 등 폭동을 판단하는 사법부 자체를 직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태를 보면 그전에 있었던 징계 청구를 없애고, 무력화하려 했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추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에 젊은 여성들이 대거 참여한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헌법이 국가의 의무와 국민이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해 놓은 것인데, 헌법에 대한 감수성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장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계층이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나라를 빼앗겼을 때 여성이 가장 먼저 끌려가곤 했으며, 사회에서도, 일반 가정에서도 항상 여성에게 참으라고 강요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의 여성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민주당의 여성 정책은 전반적으로 선도적이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민주당이 그런 것은 아니고, 이준석으로 상징되는 갈라치기를 하는 정치인들에 수동적으로 당한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앞으로는 2030 여성 정책을 포괄한 청년 세대의 정책에 집중하지 않을까 전망했다.
민주당이 청년 정책 수립 시 특정 젠더를 내세우지 않는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절대로 2030 여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우기'도 성립하지 않으며, 당연히 정책의 대상이고 필요한 여성 정책은 다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젠더 갈라치기에 가만히 당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지, 2030 여성 정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자신의 젊은 시절 여성 판사로서 겪었던 어려움도 털어놓았다. 여성을 전제하지 않은 법원 건물에는 여자 화장실도 없었으며, 불편해하니 남자 화장실 구석의 한 칸을 여성용으로 줬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남자들이 서 있으면 들어갈 수 없어 남자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제일 안쪽 칸으로 들어가 쓸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초선 의원이었던 1996년 국정감사장에서 경찰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여대생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일화도 공개했다. 해당 사건은 성평등의 문제이기도 하고, 또 당시 전국이 공안정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영삼 정권도 중후반쯤 되니 초심이 희석되었으며, 폭력 앞에서 가장 크게 희생되는 것은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삼 정권이 공안정국으로 가기 위해 가장 손쉽게 공포를 조성하려 한 대상도 여성이었다고 회고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는 우리가 성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성을 부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성적 정체성을 잘 살려서 인생의 자양분으로 삼는 것도 좋은 인생이라고 조언했다. 여성은 서서히 그리고 끈기 있게, 오래 피어 있는 꽃과도 같다며, 여성들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